
크리스마스는 누구에게나 따뜻한 추억이 남는 날이기를 바라죠.
반짝이는 트리, 거리의 캐롤,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까지.
하지만 지난해 크리스마스, 경남 사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참극이 벌어졌습니다.
10일 방송 SBS <그것이 알고 싶다> ‘소년의 시간 - 사천 크리스마스 살인 미스터리’ 편은
그날의 끔찍했던 진실을 조심스레 꺼내 보여줄 예정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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처음이자 마지막 만남
2024년 12월 25일 저녁.
경남 사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긴급한 112 신고가 접수됩니다.
“피투성이 된 사람이 둘이나 있는데 빨리 좀 와주세요!”
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목과 복부에 중상을 입은 소녀와, 자해로 피를 흘린 소년을 발견합니다.
16살의 고등학교 1학년 송지수(가명) 양.
그녀는 밝고 따뜻한 아이였고, 그날도 평소처럼 “잠깐 나갔다 올게”라는 말을 남긴 채 외출했다고 해요.
하지만 몇 시간 뒤, 가족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아닌, 가장 끔찍한 비극을 맞이해야 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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단 1분, 한 생명이 사라지다
피해자 곁에 쓰러져 있던 남학생은 17살 이강우(가명) 군.
두 사람은 무려 4년 전 온라인 채팅을 통해 알게 되어, SNS로 오랜 시간 연락을 주고받은 사이였어요.
그날이 두 사람이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날이었고,
지수 양은 그를 향해 반갑게 달려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었다고 합니다.
하지만… 그 인사는 단 1분 만에 비극으로 바뀌었습니다.
이 군은 준비해 온 흉기로 그녀를 수차례 찌르고, 이후 스스로를 다치게 했습니다.
마치 누군가의 마음속 판도라 상자가 열려버린 듯한 순간이었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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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넌 나의 60조 개 세포의 이상형이야”
이 군이 지수 양에게 쓴 편지 속 문장입니다.
환상에 가까운 감정, 일방적인 집착.
단 한 번도 직접 만나지 않은 사이였음에도 그는 그녀를 오랜 시간 혼자서 사랑해왔던 걸까요?
지수 양의 태블릿PC를 통해 복원된 두 사람의 8개월치 메시지는 무려 2만여 건.
제작진은 그 안에서 분노도, 갈등도 아닌 묘한 불균형을 읽어냅니다.
지수 양에게는 평범한 관계였던 채팅이,
소년에게는 세상을 의미하는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건 아닐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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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음이 무너지는 사건, 하지만 기억해야 할 이야기
소년은 왜 그토록 잔혹한 선택을 했을까요.
그리고 우리는 왜 이런 비극 앞에 서서 이야기해야 할까요.
비대면 시대의 관계 맺기,
청소년의 정서적 돌봄,
가정과 학교, 사회의 역할까지.
이 사건은 단순히 ‘충격적인 사건’으로 소비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.
누군가의 10대가 그렇게 끝나버렸고,
또 다른 누군가의 시간도 영원히 멈췄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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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은 관심이 소년과 소녀를 지킬 수 있다면
‘그것이 알고 싶다’는 이번 편을 통해 “소년의 시간”이라는 표현을 남겼습니다.
한 사람의 소년 시절은 어떻게 그렇게 비틀렸을까요.
그리고 그 곁엔, 아무도 없었던 걸까요.
비극은 지나갔지만, 잊어선 안 됩니다.
우리의 작은 관심과 따뜻한 손길이 또 다른 소년과 소녀를 지킬 수 있다면—
그것이 우리가 이 이야기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.